겨울의 정취가 가득한 오대산, 그 품에 안긴 월정사는 깊은 고요함 속에 잠겨 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선재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전나무 숲길의 고즈넉한 정취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고요한 겨울 산사에는 풍경 소리와 염불 소리가 어우러져 수행자들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월정사의 대웅전에 들어서면, 삼배를 올리며 부처님께 소망을 빌고, 따스한 전통차 한 잔이 몸과 마음을 녹인다. 청류다원에서 피어오르는 차향이 겨울 공기 속에 은은히 퍼진다. 일주문을 지나며 경건한 마음을 다지고, 금강교 아래 흐르는 얼음장 맑은 물소리는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는 듯하다.
스님들은 동안거에 들어 정진하며 수행에 몰두하고 있다. 범종 소리가 산사에 울려 퍼지면, 법문을 듣고 명상에 잠기는 순간, 겨울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빛난다.
템플스테이에 머무르며 약수물을 마시고 염주알을 굴리며 기도를 올리는 동안, 마음이 한층 더 차분해진다. 목탁 소리에 맞추어 불경을 외우는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에서 고요한 수행의 길을 느낀다.
상원사로 향하는 비포장길을 따라 걸으며, 섶다리를 건너 오대천의 물소리를 듣는다.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등산객들도 이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보낸다. 해가 저물며 땅거미가 내려앉고, 겨울밤의 찬 공기 속에서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9층 석탑 아래에서 삼배를 올리며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고, 상원사 범종 소리에 맞춰 기도를 드린다. 오대산의 겨울 속에서 마음속 번뇌를 덜어내고, 소원 연등을 밝히며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그렇게 겨울 산사의 깊은 정취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